와이카토 한국학교 한마당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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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카토 한국학교 한마당 잔치

자연스러움, 그 자체가 아름다웠던 2012 한마당 잔치
                                                                                                        뉴질랜드 와이카토 한국학교장 고 정미
늘 12월 전후 초여름에 뉴질랜드 와이카토 한국학교는 한마당 잔치란 이름 아래  학예회를 한다. 어느 학교나 비슷하겠지만 이 학예회가 모든 아이들에게 꼭 즐거운 행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발표를 위한 연습도 해야 하고, 예능 방면에 관심이 없는 학생은 온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주말마다 모여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토요일을 꽉 쥐어 잡는 한글학교로선 안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매주 매의 눈으로 바라보는 열성 학부모님들의 말없는 함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 학교는 특별활동 수업을 정말 특별하게 구상했다. 17년 된 우리 학교의 교사 수급은 이제 별로 어렵지 않다. 보조교사를 한 다음 정교사가 되는 과정까지 이르렀으니, 연초 교사를 구하느라 동동 구르던 내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특별활동 교사만큼은 변함없이 내 발목뿐 아니라 손목까지도 꽉 붙들어 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가지 지혜를 짜낸 것이 바로 한 달 이벤트였다. 해외에서 국악이나 전통 무용 등을 전공한 교사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있다 해도 그 분들이 매주 토요일 한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때 찾은 한 달 이벤트. 바로 한 달에 한 번만 여러 특별활동 전공 교사들이 번갈아가며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이 설득은 전공자들에게 먹혔고, 그 결과 올해 한마당 잔치는 발표를 위한 학예회가 아니라 바로 평상시 배웠던 특별활동 수업 발표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학교는 38주 수업을 한다. 각 과목별 특별수업을 4주에 한 번  번갈아가며 가르치니  행사 당일 빼고 한 종목을 9번만 배우면 되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배운 사물놀이, 소고, 태권도, 합창(동요), 부채춤, 그리고 영상으로 발표한 장기 수업까지 어설펐지만 제일 아름다운 학예회 이었다고 자부한다.  그건 바로 꾸밈이 없었기 때문이다. 발표를 위한 연습이 아니라 수업 때 배웠던 그대로 의상만 갖추어 발표했기 때문이다. 물론 전보다 어설펐다. 그리고  조직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학부형, 학생, 교사 모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현지 학교 사정으로 리허설도 못해 시간 계산 착오로 사회자에게 안절부절못함도 주었지만, 별도의 연습 없이 수업처럼 발표한 아이들 얼굴에 묻은 환한 미소는 그 어떤 어설픔도 이겨낼 수 있었다. 게다가 평상시와 달리 시간이 남을 것을 예상하여 최초로 초대한 마술쇼 이벤트는 아이들과 학부형들의 대박 박수소리로 깜짝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과연 9번의 40분 수업으로 무슨 발표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일지 모르지만 가능하다. 그 어느 사물놀이 발표보다 진지함이 있었고, 동글동글 도는 소고는 어린 아이들의 손에 붙잡히기도 어려웠지만 매우 깜찍했다. 어린 꼬마들의 기합 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울 듯 말듯 한 태권도는 우리의 대표 운동을 소개하기에 충분했고, 과거와 현대 동요를 모두 가르쳐 기쁨을 안겨준 합창 동요 발표는 깜직 그 자체였다. 7~9세 아이들로 이루어진 부채춤은 여러 곳에서 초대받아 공연을 하였기에 이제 뉴질랜드 해밀턴 지역의 명실상부한 우리문화 알리기 유명인사가 되었다. 장기수업은 발표회에서 할 수 없기에 영상을 찍어 소개하는 형식으로 그동안 배웠던 특별수업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2013년… 우리 문화를 가르칠 수 있는 전공 교사는 또 없다. 올해 가르쳤던 전공 교사들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개인 형편상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포기하지 않는다. 그 어느 곳에 숨어서 자기의 재능을 감추고 있는 교민들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많아야 일 년에 10번 가르치는 수업이라면 어쩌면 올해처럼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들린다. “북 놀이를 가르칠 수 있어요, 국악 동요 지도를 할 수 있어요, 종이접기를 가르쳐 볼게요,  태권도를 계속 지도할게요.…” 라는 특별 활동 교사의 소망어린 대답을……

한국어와 한국 전통 문화 수업을 둘 다 완벽하게 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특별활동 교사가 없다고 희망까지 접을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14년 차 학교 운영에 접어드는 2013년도는 또 어떤 전통 문화수업으로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지금부터 내가 더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특별교사 수급과 예산에 어려움이 많은 작은 규모의 한글학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2012년 12월 뉴질랜드의 한여름에.